삶의 흔적과 언어
작성자
김*태
작성일
09.05.25
조회수
1884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간 자리도 아름답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꽃잎과 꽃가루가 남는다. 군인들이 야영하다 떠난 자리에는 텐트 친 자리와 트럭의 흔적이 있고 야영객이 놀다간 산 계곡에는 쓰레기와 음식물찌꺼기가 남아있다. 사람이 이 세상에 머물다 떠나면 크게 두 가지 흔적이 남게 된다.

첫째는 그가 세상에 살면서 그려놓은 말과 행실의 흔적이 남는다. 어떤 이는 추하고 아픈 언어를 남기고 어떤 이는 귀하고 은혜로운 말을 남긴다. 어떤 이는 악하고 남루한 행실을 남기고 어떤 이는 고귀하고 자랑스러운 행실을 남긴다.
구한말의 매국노는 지금까지도 비참하고 부끄러운 이름으로 남아있고, 조국을 위해 30대의 청춘을 바친 안중근의사나 울면서 매달리는 자식에게 “아들아 너는 나만의 아들이 아니다. 나또한 너만의 아비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상해로 떠났던 윤봉길 의사는 자랑스럽고 찬란한 이름으로 남아있다.

둘째는 자손을 흔적으로 남긴다.
시인은 시로 말하고 음악가는 오선지의 악보로 말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말한다. 인간은 그 자손을 통하여 말한다. 아브라함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항상 천막 친 자리와 하나님께 제단 쌓은 자리가 남아있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평소 한 가지 소원을 갖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그를 땅에 묻고 되돌아서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했다고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 그는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 떠난 사람이다.” 우리들도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 떠나야겠다.
고운 말, 바른말을 남기고, 훌륭한 자녀로 삶의 흔적을 남겨야겠다. 그런 뜻에서 선한행동과 진실 된 말을 연습해야 되겠다. 언제어디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되겠다.

노인이 죽고 싶다고 하는 것, 장사가 밑지고 판다는 것,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것은 공인된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2003년도 한국과 일본의 정직도를 비교해보니 한국의 위증건수가 일본보다 16배, 무고는 39배, 사기는 26배가 더 많았다고 한다.
가짜학위, 선거부정, 분식회계, 이중장부 심지어 교인통계숫자까지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란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직업과 신분에 따라 거짓말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 한다. 가령
“어휴! 이번시험은 완전히 망쳤어!”(모범생)
“방금 전에 출발했는데요.”(중국음식점 배달)
“예, 다 돼갑니다.”(회사원)
“어머! 언니한테 딱이네, 완전맞춤복이야”(양장점주인)
“이번 수능시험은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만 출제했습니다.”(수능 출제위원)
“이거 순전히 밑지고 파는 겁니다.”(시장 리어카 장사아저씨)
“난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정치인들)
“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간단히 하겠습니다.”(교장선생님 훈화)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파요.”(간호사)
“우린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에요.”(연예인들)
“이거, 김기자한테만 말하는 건데요.”(매니저)
“이제 대학가면 살 빠지니까 지금은 부지런히 먹어.”(어머니)
“이건 반드시 시험에 나온다.”(선생님)
“제가 본 신부님들 중에 가장 아름다우십니다.”(웨딩포토 사진사)
“승객 여러분, 지금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비행기 조종사)
“이런 고장은 난생 처음 봅니다.”(애프터서비스 담당기사)
“이약 한번만 잡숴봐요. 팔, 다리, 어깨, 허리, 간장, 위장, 소장, 대장이 다 시원해져!”(거리 약장수)
“잠은 충분히 자고 학교공부만 충실히 했고 학원엔 가본 적이 없으며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수석합격자)
“무엇보다도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미스코리아)
“전국최고의 합격률(취직률)”(학원 원장이나 몇몇 대학들)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신인탈렌트)
“우리 회사는 바로 여러분들의 것입니다.”(회사사장)
“에이 뭣같아서! 당장 때려치우고 말지!”(직장노동자)
같은 것들이 흔히 듣는 거짓말들이다.
여러분도 한두 번씩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의 진실성은 곧 그의 인격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악의 없는 거짓말도 있을 수 있다. 중병진단을 내린 후 환자 본인에게 진솔하게 알려줘야 하나? 괜찮다고 안심시켜야 하나? 이 문제는 의사들의 고민거리다.
상대방의 실상을 송곳으로 심장 찌르듯 직설법으로 일러줘야 하나 우회적으로 넌지시 일러줘야 하나? 이는 상담자들의 고민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