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가야
작성자
김*태
작성일
09.05.18
조회수
2021

부산시 교육청 교육연수원 강의를 마치고 부산역을 통해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합실 기둥 곳곳에 유익한 시와 그림이 붙어있어 잘 읽었다. 그 중 탁영완이 쓴「아가」란 시가 있었다.

“지구별에/ 벚꽃, 살구꽃, 화안한 등불을 켜려고 /새 생명 하나 왔어요. 어디서 왔는지/ 눈도 두개 / 귀도 두개/ 코하나 /입하나/ 세 상에서 /젤 작은 고추도 하나 /모난 것 하나 없이/ 둥글둥글 말랑말랑/ 신기한 것만으로 /어디를 딛고 왔는지/뽀오얗게 발그레 / 세상에서 제일 앙증스러운/ 두개의 발 /두개의손/ 예삐는 그렇게/4월 잎새만한 손발로 바쁘게/지구별 온통 화안한 꽃불을 켜고 다녀요. (2006.4.3 예삐 “현서”의 탄생을 축하하며)”

몇 번을 거듭 읽으며 둘째 외손자의 백일을 생각했다. 흔히 손자․손녀는 친자식보다 200배는 예쁘다고 말한다. 나도 동감이다. 그래서 옛 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 손녀의 버릇을 고칠 수 없다고 한다. 너무너무 귀여워서 실수가 있어도 혼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시편128편은 가정에 대한 축복 시이다. 가정에 대한 5대 축복이 약속돼있다. ① 손으로 수고하여 얻은 정직한 소득으로 먹고 살아라. ② 집안의 아내는 결실한 포도송이 같다. ③ 밥상둘레에 앉은 자녀들은 감람나무 새순같이 무공해적 존재들이다. ④ 시온에 베푸는 당대의 축복을 누려라. ⑤ 자녀의 자녀 즉 손자손녀를 즐기라고 되어있다.
가정인 으로서 이보다 더 요구할게 뭐가 있을까 싶다. 하나님의 정확한 가정 축복 내용이다. 그중에 하나가 노후에 손자․손녀를 누리는 것이다. 그 순진함, 그 기발함, 그 온유함에서 하나님의 원형을 보는 것 같다. 막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는 목련꽃 봉오리를 보는 것 같다. 그냥 예쁘다.

어린이의 언어로 쓴 詩들을 더 찾아보자.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서울대공원에서 / 황중환)” 엄마와 아이들이 동물원에 온 모양입니다. 사자우리를 발견하자 작은아이는 마구 달려갑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큰아이는 뛰고 싶지만 꾹 참는 눈치입니다. 엄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입니다. 볼 수 없어도 아이들을 위해 동물원을 찾은 엄마마음, 엄마를 위해 뛰고 싶은 생각 꾹참는 아이마음, 세상 무엇보다 귀한마음. “텃밭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젖습니다. (가랑비 / 정완영)” “울 엄마 장독들은 하루한번 세수하고 / 울 엄마 장독들은 하루한번 가슴열고 / 바람맛 햇빛맛 버무려 꿀맛 같은 장맛 낸대요. (우리엄마 장독대 /정완영)” 서로 화가 나면 / 빵으로 만든 폭탄을 던져봐 / 부들부들한 폭탄 / 물렁물렁한 폭탄 / 마구 던지다 보면 / 서로 좋아하게 돼 / 세상의 폭탄은 전부 / 말랑말랑한 빵으로 만들어야 돼 (빵폭탄 / 신현림)” 보들보들한 빵에 /야들야들한 치즈를 먹어도 / 배고파서 / 맨들맨들한 절편을 먹었더니 / 기분 좋아 / 간들간들한 콧노래를 불렀다 (배고파서 / 신현림)” “아빠 방귀 우르르쾅 천둥방귀 / 엄마 방귀 가르르쾅 고양이 방귀 / 내방귀 삘리리리 피리방귀 (방귀 / 신현림)” “주물럭 주물럭 / 조물락 조물락 / 내 양말 내 팬티야 / 조잘조잘 / 그만 떠들어라 (빨래 / 신현림)”

시골 농어촌에 가면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다. 노인들만 쓸쓸히 옛집을 지키고 계시다. 충북 영동의 어느 면에서는 1년에 출생신고 2명을 받았는데 한명은 전도사네 집에서 또 한 명은 국제결혼으로 시집온 월남여인에게서 낳은 아이라 한다. 어느 동네에선 61세의 노인이 청년회장을 맡고 있다 한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이동하는 한국사회의 10년 후 20년 후를 예측해보자. 농어촌의 초등학교와 교회들이 그때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 아이들이 그립다. 손자손녀들이 소중하다.

한 집안이 잘되려면 세 가지 소리가 들려야 한다.
첫째,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둘째. 청소년의 글 읽는소리. 셋째 어른들의 일하는 소리가 그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보기 좋은 것은 입 벌리고 밥을 다복다복 받아먹는 어린아이의 밥 먹는 모습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농사철에 우리 집 논 물꼬에 물들어가는 소리라고 한다. 이 모습과 이 소리를 잊어버리면 무엇으로 기쁨을 얻을 수 있을까?

성경에도 아가에 대한 기록이 곳곳에 나온다.
젖을 뗀 아기(창21 :8)준수한아기(출2:2)품에 품고 기르는 젖먹이(룻4:16) 경배를 받는 아기 예수 (마 2:11)젖먹이 입에서 나오는 찬미(마 21:16)8일 만에 할례를 받는 아기(눅1:59). 아기를 안고 하나님을 찬송(눅2:28)잘 자라나는 아기 예수(눅2:40) 젖을 사모하는 갓난아기(벧전2:2) 등이 있다. 악이 없는 어린이(고전 14:20)보리떡을 주께 드린 어린이(요6:9) 천 국민의 표본이 되는 어린이(마18:3-4)떡을 구하는 어린이(렘4:4) 바른 행실의 어린이(잠 20:11)힘 있게 찬송하는 어린이(시8:2)를 우리교회와 우리가정에서 길러내자.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진솔한 발언이 우리들에게 깨달음과 자극의 원천이 된다.
돌이켜 어린아이와 같이 되어야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