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아침을 맞이했다. 모든 독자들에게 謹賀新年을 아뢴다. 우리말에는 그저께(-2), 어제(-1), 오늘(0), 來日(+1), 모레(+2), 글피(+3)가 있다. 來日만 우리말이 없어서 한자로 쓴다. 왜 그럴까? 미래에 대한 관심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단기미래(來日)는 없는 반면 중장기미래(모레, 글피)가 있는 것이 독특하다. 먼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戊子년(2008)은 지나고 己丑년(2009)이 되었다. 시간은 지금도 계속 흐른다. “주는 한결 같으시고 주의 연대(years)는 무궁하기 때문이다.”(시 102:27) 그러나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years)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신 32:7)란 말을 상고하여 오늘(새해, 새날)이 있기까지의 앞 세대 수고를 생각해야 한다. “생명을 사모하고 연수(year)를 사랑하여 복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구뇨?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시 34:12-13)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복을 받고 그 복을 누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를 바란다. 서양 속담에 “기회는 오직 한 번만 문을 두드린다.”는 말이 있다. 결코 붙잡아 두거나 은행에 저축할 수 없는 게 시간이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씨줄로 삼고 나의 언행심사를 날줄로 섞어 깨끗하고 소중한 세마포를 직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포스 신전에는 시간을 담당하는 크로노스(chronos) 신의 동상이 있는데, 이 동상은 벌거벗은 청년이 계속 달려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한다. 그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려있으며 이마에는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뜨려 있지만 뒷머리와 목덜미 부분은 미끈하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하고 있단다. 이 신상(神像)에 대해 포세이디프 詩人은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시간은 멈춤 없이 달려야 하니 발에 날개가 달려있고, 시간은 창끝보다 더 날카로우니 오른손에 칼을 잡았으며, 시간은 미리 준비한 사람만 잡을 수 있도록 앞이마엔 머리카락이 많으나 뒤통수는 미끈하게 돼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시간을 기회로 활용하는 이도 있고 후회의 이유로 대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 새해 새아침엔 새희망과 함께 새계획과 새실천이 있어야 한다. 시간을 유효하게 활용하려면 시간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안 쓰면 그냥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선생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고 가르쳤다. 이 말은 돈을 내고 시간을 사라는 뜻이다. 플루타크 영웅전에 보면 “시간은 모든 권세를 침식하고 정복한다. 시간은 신중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이를 포착하는 이에겐 벗이 되고 때가 아닌데 서두는 자에게는 큰 적(敵)이 된다.”고 가르쳐준다.
시인 도연명(陶淵明)도 “청년의 때는 두 번 오지 않고 하루의 새벽도 두 번일 수 없다.”(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고 노래했으며, 朱子의 권학시에서도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조그만 시간인들 가벼이 여길쏘냐?”(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로 시작하고 있다. 솔로몬의 가르침도 같은 뜻이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그리하라.”(전 12:1-2) 신년 벽두에 하나님을 향해 새희망을 다짐하자.태양을 바라보는 이는 그림자를 볼 수 없으니 하나님을 향한 ‘주바라기’로 1년 365일을 알뜰히 가꾸어보자.
밥은 40일까지도 안 먹을 수 있고, 물은 4일까지 안 먹고 버틸 수 있으며, 숨은 4분까지 안 쉬고 살 수 있으나, 희망은 단 4초만 없어도 살기 어렵다고 한다. 새해에는 우리의 마음을 넓혀보자. 큰길에는 문이 없고 큰 바다는 맑은 물과 흐린 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2008년 7월에 한국을 방문했던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중국의 史記에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태산은 어떤 종류의 흙이던 사양치 않고 받아서 높은 산이 되었고, 바다는 조그만 물길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 큰 바다가 된 것이다.”(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이 말은 UN 정신을 표현한 것이지만 우리 신앙인의 생활에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1월 20일엔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48세의 버락 오바마가 취임한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 19세기엔 인종차이를, 20세기엔 성별차이를, 21세기엔 세대 차이를 극복해 냈다. 이제 나누기보다 곱하기, 뺄셈보다 덧셈의 철학을 삶의 기본으로 삼자. 남녀노소, 빈부귀천, 출신지방과 여.야 간, 더 나아가 남북한까지도 함께 살며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성숙한 대한민국과 거룩한 신앙생활을 성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