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받아 본 엽서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520

생전 처음 받아 본 엽서

 

 

기말고사를 2주 가량 앞두고 있던 날. 아이들은 또 한 번의 시험을 맞이하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시험(test) 때문에 시험(temptation)에 들지 말자!”

시험 때만 오면 이 말을 그렇게 외쳐도, 아이들에게 시험은 항상 무거운 짐이 되고, 지나야할 육중한 철문이 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험 일정이 발표된 날부터 연속 ‘자습을 하자!’고 외쳐대었다. 나는 오랜 교직 생활로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있던 터라, 일찌감치 진도를 끝내고 남은 수업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에게 자습 시간으로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자습’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 ‘자율학습’ 또는 ‘자는 연습’. 너희들은 자율학습을 하기 바란다.”

“네”하고 외치는 것도 잠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자는 연습’의 자습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은 자습을 하면 되는데, 그럼 난 뭘하면 되는거니?”

아이들은 소리쳤다.

“주무세요.”

“기도하세요.”

“제 생각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알았어. 너희들이 말한 거 다 할 테니까 열공하렴.”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자 하나의 이벤트를 시작했다.

 

나는 글을 짓기도 하지만, 붓펜으로 글씨를 잘 쓰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캘리크라피라는 것이 없었지만, 나는 여러 필기구로 다양한 글씨를 쓰는 습관이 길러져, 약 7개의 글씨체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가운데 붓펜으로 글을 써서 인쇄하여 만든 자필엽서에다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격려의 글을 쓰고자 했던 것이다.

이 엽서의 앞면에는 나의 캐릭터, 연락처, 그리고 나의 시나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울보선생의 자필엽서’라는 글씨와, ‘혼자 외로워하지 말고 언제나 연락하렴.’이라는 글씨도 적혀 있다. 그 뒷면인 백지에 아이들의 이름을 넣어 한 장 한 장 붓펜으로 격려의 글을 쓰도록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신 것이다.

 

내가 수업 들어가는 네 학급의 아이들 약 120명 가량의 아이들에게 일일이 엽서를 썼다. 그리고 현재 수업 시간에 만나지는 못하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는 아이들에게는 격려 엽서를 쓴 다음에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선생님의 손글씨, 그리고 짤막하지만 사랑이 담겨져 있는 내용의 엽서. 이 엽서를 학급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나눠주면 아이들은 이내 감동을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의 작은 격려지만 이것을 받기 전보다 어때요? 좀더 힘이 나나요?”

“네~!”

아이들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아이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만든 엽서 네 종류를 모두 나눠줄 테니까 여러분들도 격려하고 싶거나 엽서를 써서 전달하고 싶은 사람에게 써서 전달해보세요. 그럼 그 엽서를 받는 사람들도 여러분들처럼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행할 때 하나님께서는 역사하신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할 때 하나님께서는 이 엽서 한 장을 사용해서도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가신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순종하며 살아가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써서 격려의 글을 쓴 엽서를 받아들고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고백을 보내왔다.

 

“시험 때문에 힘들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힘이 너무 됐어요.”

“이 글을 받고 나서 시험을 정말 잘 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엽서는 처음 받아봐서 살짝 감동이었던 것 같아요. 쌤.”

“받으니 기분이 좋고 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탤런트로 학생 모두 생각해주는 마음이 신기하고 감동이예요.”

“선생님께서 저의 꿈을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시험 기간에 힘들고 지쳤는데 이런 엽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본 엽서여서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엽서 받는 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진심 어린 편지 정말 잘 받았습니다. 또 제 장래 희망이 선생님이라고 하니 선생님께서 책까지 주셔서 오늘 하루 정말 좋은 하루 보낼 것 같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학생 한 명 한 명 다 다르게 써주신 걸 보고 감동 받았고 내용도 좋아요.”

“학생들을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시험 기간 중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책 선물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선생님 글씨체로 좋은 말을 써주셔서 좋았고 힘이 됐다.”

“엽서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기말고사인데 이렇게 직접 선생님이 적으신 쪽지를 받아서 행복했다.”

“한 명 한 명 정성을 담아서 써주신 것이 느껴져서 감사했어요. 위로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거는 처음 받아봐서 감사하고 좋았다.”

“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말씀해 주실 때마다 울컥해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엽서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선생님께 감사하다.”

“이런 걸 처음 받아보았는데, 이런 자필엽서를 선물해보고 싶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다 다른 메세지로 적어주셨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시험 기간이어서 지쳐 있었는데 이 메세지를 보고 힘을 얻어서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선생님께서 직접 써주셨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동이었고, 힘내라는 말을 직접 듣는 것보다 정말 감동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보았는데 정말 감동이었습니다.ㅠㅠ 시험 기간에 이렇게 항상 기도해주시고 학생들을 생각해주시는거 항상 감사드려요. 매번 감사합니다. 뀨!”

 

“선생님. 일일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 시 쓸 때도 도와주시고, 제가 아플 때 기도도 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처럼 글도 잘 쓰고 시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다음 주 기말고사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편지를 받음으로써 걱정이 줄어들고 안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않고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한 명 한 명에게 응원 글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늦게서야 시험 공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고 의욕도 자꾸 떨어졌는데 선생님이 저희를 위해서 직접 써주신 글을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조금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종교를 믿지 않고 기도도 할 줄 모르지만, 저도 항상 선생님께서 매일매일 사랑 넘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사랑으로 저희에게 좋은 수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엽서를 받은 후에 보내온 피드댁 글을 읽으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감동을 받은 아이들의 글은 내가 쓴 글보다 더 진한 감동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손글씨 엽서를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또한 나를 놀라게 했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 앞으로 살아갈 이 험난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항상 승리하는 삶의 주인공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