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에 안기는 남학생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481

품에 안기는 남학생

 

 

환이는 거의 책상에 엎드려 있는 남학생이었다.

학기초에는 아이들에 대한 인지가 되어 있지 않아, 환이가 아픈 아이인지, 아니면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인지 잘 파악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환이의 행동을 통해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환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환이는 다른 학생들보다 지능이 약간 낮은 아이였다. 그래서 어려운 말은 잘 못 알아들었고 행동도 더뎠다. 나는 인내를 갖고 환이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환이를 격려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환이를 살피는 듯했다. 하지만 점차로 학급의 아이들이 환이를 이해하고 보살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국어 시간은 거의 모둠별 토론 및 발표로 진행된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초등, 중등에서 이미 모둠별 학습이나 발표 등에 익숙한 아이들인지라, 토론 및 발표에 불편해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환이는 토론과 발표에 적극성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교과서의 내용 이해도 어려웠고, 아이들과 토론을 하기에도 어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하는 환이가 기특했다.

 

나는 일부러 수업 시간 2~3분 전에 환이가 있는 교실에 들어갔다. 그것은 환이가 수업 시간 외에 어떻게 지내는가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환이는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조용히 벽에 기대고 있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기도할 때마다 환이를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과 은혜가 넘치는 아이가 되길, 예수님께서 꼭 만나주시길, 그래서 세상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믿음으로 승리하는 삶이 되길 기도했다. 그리고 내가 환이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하나님께 물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내 나의 마음에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주셨다.

 

평소처럼 환이네 학급 수업 시작 전 조금 일찍 교실로 들어섰다. 앞문을 열고 들어서며 환이의 자리를 보았는데, 환이가 마침 칠판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환이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두 팔을 넓게 벌렸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환이는 멈칫하는 듯했다. 학급의 아이들도 나의 행동을 보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환이가 그 큰 몸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두 팔 안에 안겼다. 환이의 이런 행동에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학급의 아이들은 매우 놀라워하며 “와~!”소리와 함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환이를 안고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그리고 환이네 학급 수업 때마다 나는 환이를 향해 팔을 벌렸다. 그때마다 환이는 내 품에 안겼다. 거부하지 않는 환이를 보며 아이들은 신기해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한 달여 지난 어느 날, 그날도 나는 팔을 벌렸다. 환이가 다가왔다. 나는 환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환이야, 오늘은 네가 선생님 안아줄래?”

환이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이내 자신의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나는 넒은 환이의 품 안에 안겼다. 환이의 가슴은 매우 넓었고, 심장의 힘찬 박동이 내 가슴에 전달되고 있었다.

스승의 품에 안기는 제자, 제자의 품에 안기는 스승.

 

우리는 한동안 하나님의 품에 함께 안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