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편지의 감동
작성자
최*하
작성일
22.11.03
조회수
497

손글씨 편지의 감동

 

진심은 통해요

5년 만에 다시 국어 교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1학년 남학생 두 학급과 여학생 두 학급의 아이들을 국어 수업으로 만나고 있다. 5년 전에 비해 수업 내용이 잘 전달될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잘 따라왔고 나 역시 즐겁게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왔다.

요즘 아이들은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아니, 글을 쓰기는 하는데, 손으로 쓰는 것보다 컴퓨터나 노트북 등을 이용하여 글을 쓴다. 영상에 익숙하고, 짧은 콘텐츠에 익숙하다. 유익한 것보다 좋은 것에 끌리고, 싫으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은 나와 같은 어른들보다 순수하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덜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깨끗한 마음, 진심으로 다가가면 아이들은 마음이 열린다. 그리고 자신의 속내에 담겨 있는 것을 표현한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이내 감동이 된다.

 

손글씨 편지

얼마 전 정말 ‘생소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굳이 ‘생소하다’고 표현한 것은, 예전 같았으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요즘은 손글씨로 쓰는 편지가 매우 귀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한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편지의 손글씨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왔고, 읽기도 전에 제자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편지의 한 부분을 여기에 옮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너무 존경하는 국어 선생님께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도 꼭 선생님처럼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해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학업 때문에 힘이 들기도 하는데, 국어 수업은 너무 재밌어서 국어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교 오는 것도 정말 즐거워요. 사실 제가 문학을 너무 싫어해서 국어를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화자나 작가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해주셔서 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수월해졌어요. 그리고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열심히 참여하다보니 시험 공부하는 것도 많이 버겁지 않았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셔서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도 선생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존경을 받고 싶어요! 선생님처럼 되기 위해 앞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존경해요. 건강하세요.

 

이 편지의 주인공은 국어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하는 여학생이다. 집중뿐만이 아니라 질문도 잘하는 아이로 기억하고 있다. 편지의 내용을 보니, 국어를 어려워하고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국어 내용뿐만 아니라, 나에게서 선한 영향력을 받고 있다는 고백에 참 감사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마 시간을 쪼개어 실시한 특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영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특별 프로그램의 감동

내가 교과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그 바쁜 수업 시간을 쪼개어 실시한 1학기 특별 프로그램은 이러하다.

‘DISC'는 아이들의 행동 유형 찾기 프로그램으로 꼭 학급 첫 시간이나 두 번째 시간에 한다. 이것을 통해 학급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학급 아이들과 함께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통통통’ 프로그램은 ‘소통이 불통이면 고통이 된다’에 근거한 소통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소통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통통통’의 의미가 부정적인 면이 있어서, 금년에 새로운 말을 만들어 냈다. ‘소통이 능통이면 형통이다’라고 말이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릴레이’는 학급 전체 아이들이 릴레이로 칭찬해주는 프로그램이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해주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을 모방, 발전시켜 학급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통화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수업 시간에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들도 연결해서 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이 큰 감동과 눈물이 가득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때문이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또 생각을 해보니 나의 언어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들에게 ‘~ 때문에 안된다’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십대 아이들의 특징을 알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흔들릴 때다. 아니, 흔들려야 정상이다. 십대에게는 성장통이 있다. 그래서 흔들린다. 그 아이들을 보며 함께 흔들리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럴 때 이 아이의 인생이 바뀌고, 소망이 생긴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그리스도를 만날 때’ 인생의 비전을 발견하고 힘이 나는 삶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강조하며 외쳐 왔다.

‘~ 때문이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

‘~becsuse of가 아니라 inspite of’

 

격려하며 기도하며

나는 정성스럽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온 이 학생을 격려하고 싶었다.

특히 신앙 생활도 하고 있는 아이여서, 믿음 안에서 잘 성장하기를 기도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이 여학생에게 내가 쓴 책 중, ‘울보선생의 명품인생’에 사인을 해서 선물로 주고 축복하며 기도했다.

앞으로 이 아이가 나를 통해 받은 좋은 영향력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의 영향력을 받아 ‘예수님의 향기’가 드러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기도하는 선생님으로서 이 아이를 위해 항상 기도하기로 작정하고, 오늘도 이 글을 쓰며 기도한다.

 

부드러운 여름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휘감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