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작성자
김*영
작성일
06.02.15
조회수
1771

졸업식 2006. 2. 15 김규영

어제는 정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전날 '6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A4용지에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발표 시켰는데 대부분은 고적답사 갔을 때 밤에 오락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웃기고 재미 있었다는 게 많고, 어떤 아이는 작년에 매일 체육만 하게 해준 선생님이 가장 인상에 남고 고마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반에서 온 아이들은 매일 놀던 버릇이 들어서 공부도 물론 잘 하지 않고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해서 애먹었는데 아이들은 그걸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겨울 방학 동안에 쓴 일기를 보니 몇 아니 빼 놓고는 그야말로 엉망이고 독후감도 그렇고, 내용도 한심하고...매일 조사하고 챙겨야 겨우 하는 아이들......일년동안 그렇게 하나님 잘 믿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꾸준히 교회 다닌 애들은 8명...

내가 꿈꾸고 기도하던 아이들- 꿈과 의욕을 가지고, 놀고 싶은 것 참고 열심히 책도 읽고 보람 있는 일도 찾아서 하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고 그저 선생님이나 엄마한테 끌려서 겨우 공부하는 아이들......

허탈한 맘을 어쩔 수가 없어서 저녁에 교회로 갔습니다.

"하나님, 저로서는 열심히 가르친다고 했는데 세상의 유혹이 너무 큽니다. 어떻거든 제 이익만 챙기고, 먹고 즐기는 게 우상인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 제대로된 사람으로 키우기가 너무 힘듭니다. 하나님 이 아이들 변화 시켜 주십시오.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인도해 주세요"

오늘 아침에 일찍 학교에 와서 편지를 써서 아이들 메일로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는 선교회 홈페이지 교육자료에 있습니다)

졸업식 끝나고 교실로 와서 아이들에게 얘기 했습니다.

"선생님은 요만큼 너희들을 키웠다. 이제 그 나무가 꽃이 피고 열매가 맺도록 하는 것은 너희들의 선택이다. 시들어서 잘 자라지 못하고 중간에 말라 죽는 것도 너희들의 선택이다."

짱이 아버지가 와서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할듯 말듯한 묘한 표정을 보기가 민망해서 얼른 "사진 찍자."하곤 얼굴을 돌렸습니다. 짱이도 거의 울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짱이가 이만큼 변한 것도 기적이고, 짱이를 미운 감정 없이 1년동안 가르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기적입니다.

처음 맡았을 때부터 내 차 핸들에 아이들 이름을 붙여 놓고 좋은 지도자들이 되게 해달라고 그토록 기도 했는데 지금의 아이들을 보면 허전하기 짝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으셨으니 헛되게 하지는 않으시겠지 하는 맘으로 졸업식을 끝냈습니다.